지구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무엇?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리나라 사회를 혼탁하게 바라 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인생관은 이른바 간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종사하며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었다. 마치 혼탁한 사회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그 친구에게 꿈이란 헛된 것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되도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중요했다. 그래서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내게 종종 이런 질문들을 하곤 했다.
"별자리를 알면 여자를 꾀는 데 말고 어디에 써먹어?"
"지구과학을 왜 공부하는 거야? 그거 공부하면 나중에 돈 많이 벌 수 있는 거야?"
단순히 지구과학을 좋아해서 공부했던 나는 그 친구의 질문들을 계기로 스스로 다음과 같은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지구과학이 대중에게 주는 이익은 무엇일까? 이익이 있다면 지구과학은 쓸모 있는 학문이리라.' 창밖을 바라보며 깊이 생각하던 중 마침내 두 가지 답이 내 머릿속을 강하게 비집고 들어왔다.
지구과학, 자연재해를 예방하다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황진연 교수는 학문명백과에서 지구과학의 개념 및 정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구과학은 경우에 따라 의미와 내용이 다르게 인식되기도 하지만, 넓은 뜻으로는 지구와 천체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지질학 외에도 해양학, 대기과학, 천문학 등을 포함한다." 이는 지구과학이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연구하는 학문임을 시사한다.
자연재해는 지진, 가뭄, 태풍 등의 자연현상에 의해 일어나는 피해를 말한다. 자연재해를 막고자 연구하는 학문이 방재과학인데, 그 기초는 지구과학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다, 공기, 땅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재해의 원인을 파악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과학이라는 분야가 없었다면 우리는 원시인처럼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여겼을 것이며, 그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위해 지금도 기도를 하거나 제사를 지냈을 것이다.
자연재해는 과거뿐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시점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따라서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데 토대를 마련하는 해양학자, 기상학자, 지질학자 등 지구과학자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친구의 사고방식처럼 돈을 지구과학과 연결 지으면, 지구과학자는 우리의 목숨과 직결된 일을 하고 있기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과학, 생활의 편리함을 창조하다
황진연 교수는 학문명백과에서 지구과학에 대해 "자연사(natural history) 과학에서 지구과학은 생물과학에 대응해 무생물계를 총괄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것(무생물체)들은 모두 지구과학으로 인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땅속을 연구하지 않았다면 천연자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금속에 대한 발견과 연구가 없었다면 전기는 구름 속에서만 존재했을 것이며, 우주를 연구하지 않았다면 인공위성이란 단어는 없었을 것이다.
지구과학이 없었다면 우리는 편리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종이에 그려진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가는 건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우리는 종이 지도를 보는 게 불편해졌다. 가까운 과거에 자동차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편리한 기계였으나 아스팔트가 출현한 이후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는 편리한 기계가 아니었다. 이는 지구과학이 단순히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는 의미가 된다.
▲ 도로 위의 아스팔트는 대부분 석유를 증류하고 남은 찌꺼기로, 지질학의 도움 없이 등장할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돈 자체보다 돈의 흐름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는 지구과학 자체보다 그것으로 파생된 것들을 보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지구과학으로 말미암은 물건들, 즉 아스팔트, 자동차, 인공위성 등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부유한 나라들이 지구과학에 힘을 쏟는 것을 외면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친구의 말처럼 '지구과학으로 돈을 벌 수 있나?'와 같은 좁은 안목의 의문을 가진 혹자가 있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마땅하다.
Written by 지구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