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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진 발생이 정해져 있는 그곳, 지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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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Charles Francis Richter)와 구텐베르크(Beno Gutenberg)는 지진의 절대적 크기를 측정하는 ‘리히터 척도(Richter scale)’를 개발했다. 이후 지질학계는 지진의 크기를 ‘리히터 규모(Richterll magnitude)’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1950년대 말 세계 표준 지진 관측 망(World Wide Standard Seismo-graph Staion Network)이 정비되어 규모 4 이상의 지진은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더라도 거의 완전히 관측돼 진원의 지리적 분포와 깊이가 정밀하게 결정되었다.


▲ 1960년부터 오늘날까지 일어난 세계 진원 분포

Image Credit : International Seismological Centre, ISC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윌리엄 모건(William Jason Morgan)과 로버트 파커(Robert L. Parker), 영국의 지구물리학자 댄 매켄지(Dan Peter McKenzie)가 세운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에 따른 지구의 판 분포는 아래 그림과 같다. 아래 그림과 위 그림을 비교해보면 대다수 지진은 판의 경계, 구체적으로 발산 경계수렴 경계, 보존 경계에 걸쳐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지진 피해가 주로 판의 수렴 경계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한국지구과학회가 편찬한 『지구과학개론』 내용에 의하면, 판의 수렴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다른 경계에 비해 횟수가 많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지진 자료를 통해 판단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인 지난 한 달 간 규모 2.5 이상의 전 세계 지진 발생 분포를 살펴보면 진앙은 수렴 경계에 집중되어 있다. 규모가 큰 지진도 수렴 경계에서 더 많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지진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판의 발산 경계와 보존 경계는 아프리카 동부와 미국 서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육지에서 먼 바다 밑바닥에 있다. 이에 반해 수렴 경계는 해안과 내륙(대표적으로 히말라야 지역이 있다)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십중팔구 바다 한가운데가 아닌 해안이나 내륙에서 정착해 살아간다. 따라서 판의 수렴 경계에서 설사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더라도 발산 경계나 보존 경계 비해 지진 피해가 현저할 것이다.


​판의 수렴 경계에 걸친 진앙들을 연결하면 하나의 띠가 형성된다. 이를 지진대(seismic belt)라고 하며, 크게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와 ‘환태평양 지진대’로 나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앞서 말했듯이, 판의 발산 경계와 보존 경계도 수렴 경계만큼은 아니지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진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지진대가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지진 피해가 미국 서부를 빼고 거의 없기 때문인 듯하다.


알프스와 히말라야 산맥은 판의 이동에 의한 횡압력으로 오랫동안 조산운동(orogeny)이 일어나 만들어졌다. 그래서 알프스와 히말라야 산맥에서 고대 해양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알프스와 히말라야 산맥은 지금도 횡압력을 받고 있어 그 높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런 횡압력은 알프스와 히말라야뿐 아니라 유라시아 판의 남쪽 경계를 따라서 대서양에서 지중해를 거쳐 동남아시아까지 이어져 나타난다. ‘알프스’와 ‘히말라야’ 글자가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만 횡압력에 따른 지진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참고로 환태평양의 ‘환環’은 ‘고리’를 뜻한다). 미국에서 방재 건축가로 저명한 매티스 레비(Matthys Levy)와 마리오 살바도리(Mario Salvadori)의 공동 저서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의 내용에 따르면, 불의 고리는 그리스의 지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스트라보(Strabo)에 의해 등장했다. 스트라보가 지진 지역이 해안선에 걸쳐 있음을 최초로 관측하고, 지진이 화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명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태평양 지진대에 화산이 즐비하고, 이 때문에 ‘환태평양 화산대’라고도 불리고 있어 그의 생각은 오늘날 타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Written by 지구소년


​[참고 문헌]

​- 한국지구과학회(편), 『지구과학개론』, 교학연구사(1998), pp.388-420

​- 한욱 외 5명, 『지구환경과학』, 청문각(2005), pp.180-195

​- 매티스 레비·마리오 살바도리,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김용부(역), 기문당(1999), pp.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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