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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5월 폭염, 한여름 폭염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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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다(아래 그림 참조).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기온이 33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기상청이 발표하는 기상특보다. 이 예상이 적중해 효과가 나타나면 발효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섭씨 33도 이상의 한낮 기온을 보인 날씨가 520일 이전부터 계속되어왔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첫 폭염주의보 발령은 519일에 내려졌다.



2016520일 발표된 기상청 기상특보 기상청



5월의 폭염은 한여름의 폭염과 다르게 느껴진다. 더워 죽을 맛이 아니라 그저 더울 정도의 가벼움이 있다. 밤에는 쌀쌀해서 긴팔 셔츠를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음에도 한낮에 긴팔 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한여름 폭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 5월 폭염 때 벌어지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더위는 주변의 높은 기온으로 사람이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여름철 더위는 이에 무언가가 더해져 우리를 에어컨의 노예로 만들고 불면증에 시달리도록 한다. 그 정체는 바로 이다. 이 물이 더위와 합쳐져 여름철 더위를 무더위(+더위)’라고 표현한다. 항간에는 찜통더위로 더 잘 불리는데, 찜을 하려면 뜨거운 김(steam), 즉 온도가 높은 물이 필요하므로 어찌 보면 찜통더위는 무더위와 같은 개념이다.


무더위는 과학적으로 온도와 함께 습도가 매우 높은 대기의 상태를 말한다. 습도는 공기 속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나타내는데, 높은 습도는 곧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 수증기가 많음을 뜻한다. 수증기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하는 말인데, 수증기는 분자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끓는 물에서 나오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은 과학적으로 엄밀히 따져 ’, 다시 말해 기체가 아닌 액체이다. 따라서 이 보이지 않아 습도가 낮다고 판단하는 건 어리석다.


수증기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 가운데 하나다. 기후학자들의 기후 지식을 전달하는 블로그 리얼 클라이메이트(RealClimate)’에 따르면, 수증기의 온실효과 기여도는 36 내지 66 퍼센트로 이산화탄소의 기여도(9~26%)에 비해 훨씬 크다. 대기과학을 포함한 지구과학 전반을 다룬 지구환경과학개론에서는 수증기가 온실효과의 약 80%를 차지한다고까지 쓰여 있다. 그런데 왜 대다수 기후학자들은 수증기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적하는 것일까. 이유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차이 때문이다.


수증기는 자연적 온실기체이다. 물론 이산화탄소도 자연적 온실기체이지만,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으로 그 양이 급증하여 지금까지 지구를 데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수증기도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같은 역할을 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 지구가 데워지면 그만큼 수증기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방송사의 안영인 기자는 서울대와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공동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증기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음을 시사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물은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물질 가운데 가장 큰 비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증기를 데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 번 데워진 수증기는 그 열을 쉽게 방출하지 않는다.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한낮에 그늘로 가도, 해가 없는 밤이 되어서도 더위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식지 않은 수증기, 즉 앞서 말한 열을 쉽게 방출하지 않는 다량의 수증기 때문이다. 사막의 경우 수증기가 거의 없는 탓에(그래서 사막의 공기는 건조하다) 한낮이라도 그늘로 가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밤이 되면 추위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수증기는 더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수증기가 5월에 적고 여름에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5월에 우리나라는 주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지만, 한여름에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서쪽에는 거대한 육지가 존재하는 데 반해, 남쪽에는 광활한 바다가 존재한다. 대륙과 대양을 비교했을 때 수증기의 양이 많을 것 같은 곳은 마땅히 대양 쪽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니까 한여름에 우리는 바다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공기와 함께 마시며, 동시에 무더위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5월 폭염을 한여름 폭염과 다르게 느끼는 이유다.


글쓴이 : 지구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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