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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날씨예보가 엉터리인 이유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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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우리나라 기상청 날씨예보가 엉터리라는 글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날씨 예측의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오해 때문이라고 여기는데, 문득 비난을 직접 받는 기상청 예보관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20143월 기상청 측에 인터뷰를 요청해 예보 담당자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번 글은 그 대화 내용을 정리해 쓴 것이다.

 

참고로 대화 내용은 날씨예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기상청 블로그에 실려 있다. 그럼에도 여기에 다시 쓰는 이유는 기사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그 기사는 내가 제출한 기사 초안을 기상청 측 편집자가 요약한 것으로, 초안의 일부가 빠져 있는데다 취재원이 답하지 않은 말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논란이 될 법한 부분은 빼고 도움이 될 만한 사실을 덧붙인 듯하다.

 


인터뷰를 했던 곳인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기상청 기상청 블로그

 


지구소년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상청 예보정책과에서 기상예보 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기석입니다.

기상청 예보정책과에서 방재기상업무를 맡고 있고, 예보 부문 민원도 담당하고 있는 박세영이라고 합니다.

 

지구소년 : 기상청이 제공하는 날씨 예보의 정확도는 얼마나 됩니까?

 

김기석 : 기상청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공식적인 예보 정확도를 말씀드리면, 2012년도에 평균 92.1%, 2013년도에 평균 92.8%였습니다. 동네 예보가 시작된 2009년 이후로는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구소년 : 기상청 날씨 예보가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김기석 :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할 때 날씨 예보가 틀리면 더 강하게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 때 예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예보가 정확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예보를 잘해도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는 거죠. "김동완 캐스터가 날씨 예보를 할 적에는 예보가 잘 맞았는데"라고 얘기하는데, 그때는 정말 적은 양의 자료를 가지고 날씨를 예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분화된 예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틀릴 확률이 당연히 더 높죠. 옛날에는 두루뭉술했다면 지금은 세 시간 안에 나타날 날씨 정보까지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 구체적인 예보를 원해요. 이것을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예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구소년 : 저는 세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 사람들이 너무 주관적이다. 두 번째, 부정적인 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 때문에 틀린 예보에 집중하는 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예보 확률을 따지면 틀릴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김기석 : 이런 얘기도 필요하죠. 사람들의 기대 수준과 우리의 한계,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한계를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 말이에요. 예를 들면, 우리 수준은 2등급인데 사람들은 2등급을 넘는 기대 수준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달하는 요즘에는 더 심한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IT가 발달되어서 정보를 누구나 바로 얻는 시점에서 말이죠.

 

박세영 : 기상학에서 날씨 예보라는 것은 불확실성에 기반을 둡니다. 예보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100% 맞을 수는 없어요. 그건 신의 영역인 거죠. 그래서 예보 정확도가 90%를 넘어간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데, 국민들이 왜 100%가 안 되느냐, 100%가 되게 하라고 요구를 한다면, 우리가 열심히 해서 95%까지 정확도를 보인다고 해도 나머지 5%를 만족시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기술이 상당히 발달해서 10, 20년 후에 도달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김기석 : 예측을 해서 제공하는 정보 중에 날씨 예보만큼 정확한 거는 없습니다. 올해 주식이나 경제 성장률, 교통량 등등 예측하는 것들이 많은데요. 날씨 예보만큼 정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우리가 날씨에 대한 많은 자료를 갖고 있고, 또 여전히 그러한 자료를 얻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자료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데도 말이죠.

 

박세영 : 국민들이 날씨 예보가 틀릴 거면 할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만약에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당장 눈앞의 불편함만을, 단지 1~2%의 확률로 비가 와서 예보가 틀렸다는 것만을 생각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그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우리가 창출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김기석 : 사람들이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는 거예요. 대중이 날씨 예보를 접하는 가장 큰 통로가 TV나 라디오, 신문인데 거기에는 간단한 말들만 있어요. 그래서 예보를 결과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날씨가 어떠한 과정으로, 어떻게, 무엇 때문에 등등 필요 없이 비가 오는가 안 오는가, 온다면 언제 오는가만 확인하는 거죠. 사람들이 이런 정보들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 오해를 하죠. 지금 미국은 확률 예보를 해요. 우리나라처럼 비 온다, 안 온다는 결정론적 개념이 아닌 거죠. 우리도 미국처럼 확률 예보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조금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게 있잖아요. 익숙해져 있는 것 말이에요.

 

[다음에 계속]

 

Editor: Kim, Jong-baek(지구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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