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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15년 네팔 지진에 대한 과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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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월 25일 규모 7.8의 지진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 북서쪽 77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을 강타했다. 이 강진으로 그해 87일까지 네팔에서 8,898명 희생자를 비롯한 수만 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60만여 채의 가옥이 완전 파손되었다. 


 

 붉은 점은 425일 발생한 주요 진앙, 나머지는 여진이 나타난 지점이다. [Image Credit : U.S. Geological Survey, USGS]

 

 

네팔 지진, 왜 일어났나?

 

2015년 네팔 지진은 사실 지구과학전문가들을 포함,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네팔 북부에 위치한 히말라야 지역은 일본의 경우처럼 크고 작은 지진이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지진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말 놀랄 일은 지질학자들이 대지진 발발을 예고했음에도 네팔 정부의 방재가 허술했다는 점이다.

 

미국 사이언스지는 인도 과학산업연구개발 위원회의 지구물리학자 비노드 가우르(Vinod Gaur)2001년에 발표한, 네팔 지하에 있는 판의 응력이 수 세기에 걸쳐 한계에 이르렀다는 내용의 논문을 인용해 오래전부터 네팔에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어 왔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번 지진은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다며 프랑스 대체에너지 및 원자력 위원회의 지질학자 로랑 볼링거(Laurent Bollinger)의 말 일부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 뉴 사이언티스트지도 비슷한 보도를 내놓았다. 네팔 현지 지질학자들이 과거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네팔에 큰 지진이 발생할 것임을 이미 예상했다는 것이다. 영국 네이처지 또한 네팔 지진이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며, 콜로라도 대학 로저 빌럼(Roger Bilham) 교수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진-필리프 아부악(Jean-Philippe Avouac) 교수 등 지진학자들이 네팔 지하에 응력이 쌓이고 있다는 경고를 과거에 한 바 있었다고 보도했다.

 

네팔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뚜렷한 게 없다.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추측의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연성이 있는 건 단층에서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응력이 폭발적으로 풀어져 최근과 같은 강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고무줄을 계속 당기다가 순식간에 끊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진 피해가 컸던 이유는 무엇?

 

네팔은 지진에 노출된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과거에 여러 큰 지진들이 발생했었다. 게다가 앞서 과학 저널지들의 보도대로 이번 지진은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 따라서 네팔 정부는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진이 몇 날 몇 시에 일어나는지 정확히 짚어내는 전문가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는 탓에 대비를 하고 있어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주변으로 순간 퍼지는 재앙을 피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세세하고 정확한 지진 예측이 불가능하더라도 앞으로 지진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면 당국은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옳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북한과 휴전 중인 남한은 언제나 북한의 포격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만약 남한 정부가 서울 시민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북한의 공격이 있을 터이니 지금 대피하라고 한다면 시민들이 그 말을 받아들여 이행하겠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지진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해의 최소화, 즉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네팔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어서 현지 지진 전문가들의 경험이 풍부하고, 지진 관련 네트워크가 잘 구비돼있으며,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지진 감시 및 연구 기관들이 있다. 그렇다면 방재 시스템은 어떠할까.

 

카트만두만을 놓고 보면, 2015년의 강진은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들을 건드리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은 오래된 건물들을 산사태처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문제는 카트만두에 이런 건물들이 아주 많았다는 것. 건물 사이가 비좁은 것도 피해를 가중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미국 지질 조사국의 지진학자 수잔 허프(Susan Hough)네이처지를 통해 피해자들은 지진에 버틸 만한 건물을 지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번 피해는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원의 문제 때문이라고 논했다.

 

네팔이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유는 이제 확실하다. 네팔은 지진에 대한 방재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부족한 돈이 문제였다. 이는 곧 지진으로 인한 재해도 빈익빈 현상이 있음을 보여준다(지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자연재해의 피해자는 대부분 가난한 자들일 것이다). 1995년 한신·아와지 지진(‘고베 지진이라고도 불린다)2010년 아이티 지진을 비교해보자. 공식 기록된 피해자 수만 따져도 일본은 6천여 명, 아이티는 22만여 명이다.

 

나는 2015년 네팔 지진을 보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지진이 일어날 지역은 어디인가.’ 정확히 이곳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후보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 참고로 앞서 네팔이 위치한 히말라야 지역은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진대에 속한다고 말했다. 지진대는 비단 히말라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에 계속]

 

Editor: Kim, Jong-baek(지구라트)

 


[참고 문헌]

- ADRC, "Haiti : Earthquake : 2010/01/12", (접속일 : 2016.05.12.)

- ADRC, "Nepal : Earthquake, Avalanche, Landslide : 2015/04/25", (접속일 : 2016.05.12.)

- National Geographic, "Nepal Earthquake Strikes One of Earth's Most Quake-Prone Areas", (접속일 : 2016.05.12.)

- Wikipedia, "Great Hanshin earthquake", (접속일 :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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