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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우주비행사에게 필요한 조건 2편(완), 정신력과 적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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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주비행사에게 필요한 조건 1에 이어 작성된 것입니다.

 

유인 우주비행의 실체가 담긴 메리 로치(Mary Roach)의 저서 우주 다큐(부제가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일 정도로, 이 책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우주비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에서는 우주비행사의 자격으로 정신력과 적응력이 연상되는 말이 자주 나온다. 바로 참을성이 그것이다.

 

로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 기구(JAXA)에서 실시된 우주비행사 선발 프로젝트를 참관하고 여러 우주비행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참을성과 관계된 말을 많이 듣는다. 그중 하나가 무료함을 참는 능력이다.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해야 할 임무의 90%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1%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 일 없이 지내며 아주 가끔 지루한 반복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우주비행사 노먼 새가드는 우주 역사 잡지 <퀘스트> 인터뷰에서 미르에서의 생활은 대체로 평범했다. 나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문제라면 권태감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 Mary Roach

 

2001년에 폐기될 때까지 우주비행사들이 머물렀던 우주정거장 미르(Mir)의 핵심 모듈 내부 거주 공간은 리무진버스 한 대만 했다. 이곳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아마도 과학실험을 위해 최소 수주에 이르는 기간 동안 갇혀 사는 답답함을 견뎌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는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인간이 화성으로 가려면 최소 500일이 걸린다. 500일 동안 칩거 생활처럼 칠흑 같은 우주 속 어느 기계 덩어리 안에서 아무 일 없이 무료함을 참아야 하는 것이다.

 

핵심은 우주 환경은 오로지 좌절감만을 안겨주고, 우리는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충분히 갇혀 지내게 되면 좌절감은 분노로 변한다. 분노는 출구와 희생자를 찾게 하고 말이다.” - Mary Roach

 

우주비행사에게 참을성은 비단 무료함을 이겨내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유영 시 특수한 옷인 여압복을 입는데, 이 옷은 매우 두껍고 부드럽지 않아서 꽤 불편함을 준다. 아주 두꺼운 점퍼(점퍼는 그나마 부드럽다)와 스키 장갑을 착용하고 기계를 다루는 상상을 해보자. 평소 같으면 손쉬운 일이 어려운 일로 바뀌어 짜증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는가. 그것도 움직임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무중력 상태에서 말이다.

 

여압복을 입은 우주비행사를 보면 불편함 때문인지 자세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사진은 2006년 우주정거장 근처에서 작업 중인 유럽우주국(ESA) 비행사 크리스터 후글리성(Christer Fuglesang) [Image Credit : NASA]

 

우주비행사는 우주 멀미를 참아낼 능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 몸의 평형감각을 맡고 있는 전정기관은 중력이 없는 곳에서 혼란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은 무중력 상태에서 멀미를 느낄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우주 다큐에서 로치는 무중력과 관계된 가상훈련(높은 고도에서 비행기 엔진을 꺼, 비행기가 자유낙하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하면서 움직이지 못할 만큼 심한 멀미를 느꼈고, 함께 체험한 다른 사람은 구토까지 했다고 말한다. 후에 그녀는 우주비행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50~70%의 우주비행사들이 이러한 멀미를 겪는다는 점을 알아낸다.

 

​『우주 다큐에서 로치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생의학 연구소에서 격리 실험(인간이 좁은 우주선 내에서 얼마나 갇혀 지낼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에 참가한 이들로부터 강제적인 입맞춤과 남성 무릎 위에 않게 하는 것 등 여성 참가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고 추정할만한 얘기를 듣는다. 이는 우주비행사의 참을성이 성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주비행사 중에 여성이 있다면, 그 여성은 남성 우주비행사에게 선내에서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주선 내 변기가 고장 나면 이것만큼 참을성을 기르는 훈련도 없을 것이다. 우주선 밖은 위험하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선내에서 배변 등의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만약 변기가 고장 나서 다른 곳에 생리적 배출이 이루어진다면 선내에 더러운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거나 자신의 옷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것이다.

 

이외에도 우주비행사들이 참아내야 할 것들은 많다. 개인 습관과 사고방식, 나라별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이 빚는 화와 폭력 등이 그 예이다.혹자는 그런 차이는 이해하면 된다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참을성과 관계되어 있다. 이해 못 할 상황을 참지 않고 이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우주비행사의 조건은 누구든지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다. 건강과 운동능력은 의사의 검진과 꾸준한 몸 관리로, 우주에 대한 지식은 배움으로, 담력은 수없는 도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혹은 몇 개월 동안 좁은 방 안에서 TV나 인터넷 없이 혼자 지내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경우를 납득하는 것은 더 어렵다. 앞으로는 적어도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정신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우주비행사가 될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까.

 

Editor: Kim, Jong-baek(지구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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